언 땅을 녹이는 봄이 빨리 오길...

작성자
번개(중2재서초3수연맘)
작성일
2018-03-01 19:19
조회
42
어마무시한 겨울도 결국 물러나고  초초초봄이 오고 있어요. ^^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는 띠가 뚫려서 그렇다고 하니 앞으로 돌아오는 겨울도 결코 만만치 않겠지만 우찌됐든 봄은 오고 있는건 맞는 것 같아요.

하필이면 우리학교 땅 속은 가장 늦게 봄이 올 것 같지만요. ㅠ.ㅠ

 

주말 총회 마치고 몇몇 분이 남아 황태가에서 점심 먹고 간단하게 문과 창틀 먼지를 닦았는데(닦았다고 한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ㅎㅎ)  잠시 총회만 있다가 갔으면 몰랐을 현실이 똭!

물론 아이에게 부엌에 물이 나오지 않아 화장실에서 끌어다 쓰고 설겆이도 밖에서 한다는 이야기는 듣긴 들었지만,

장갑을 껴도 차가운 물에 손이 오그라 들고 걸레를 빨고 있는 동안 손이 차가운 것인데 머릿속이 얼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같이 걸레 빨던 태욱엄마도 "아이고 나도 이런 차가운 물에 걸레 빨아 본적 없는데 애가 다 해보네 " 하며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초등도 밖에서 설겆이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예요...

걸레는 빨아도 걸레이긴 하지만 여러 번 헹궈도 까만색 물감만 토해내는 걸레를 그냥 둘 수 없어 온수가 나오는 집으로 나눠 가져갔습니다.

 

화요일은 2018년 새로 구성된 운영위가 있어 다시 학교를 들렀습니다.

회의를 하는 동안 학교에 오기 전에 미리미리 해결했어야 하는 자연의 부름이 있어 화장실을 들어갔다가 순간 절망 했지요.

별 교실 옆에 있는 화장실이나 겉은 완전 새것이나 다름없는 바깥 화장실이 작동이 안되는거예요... 오마이갓!

하지만 황태가 이웃이 금방 생각나서 달려갔더니  흔쾌히 화장실을 쓰라고 해주셨어요.

나오면서 너무 감사해서 황태 한 봉지 사서 무사히 회의에 복귀했네요.

다음 날 아이에게 어제 엄마가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했다  학생들과 샘들은 어떻게 해결해? 물어보니  별일 아닌 듯 짧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멧돌 화장실.

여자애들은? 몰라~ 멧돌 가겠지.. 급할땐? 자전거 타면 금방이야.

그러고 보니 바깥 화장실을 아예 못썼던 작년 3월에도 멧돌 화장실을 쓴다고 들었던 것 같네요.

새삼 이웃 황태가와 멧돌 화장실이 고마워졌어요. 🙂

 

온수와 화장실..

당연히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던  서비스의 결핍, 거기다 별 뾰족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아이는 불편은 하겠지만 불평은 없네요.

오히려 밖에서 설겆이를 하니 더 깨끗하다고 설겆이 공정을 나불나불 합니다.

회사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엄청 짜증나고 이걸 때려쳐 말어 했었을 것 같은데,

아이에게 들었던 그 설겆이 공정을 운영위때 유성미 선생님이 퍼석한 피부에 눈을 반짝거리시며 말씀하시던게 생각나 웃음이 나고 마음이 간질간질 해졌습니다.

 

어제 퍼붓던 비는 봄비였을까요? 겨울비였을까요?

고마운 봄비였으면...

부디 입학식 전까지 그 비로 땅이 녹아 평화로운 숲에도 물이 나올 곳에 나와줬으면....

 

이렇게 불편하고 보잘것 없는 모습이지만 보석같은 배움이 있음을 눈치채고 찾아와주신 신입 아이들과 부모님,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사람들의 온기로 땅이 빨리 녹았으면...

빌어봅니다.

 

 

 
전체 4

  • 2018-03-02 18:17

    이런 시간들이 학교에도 아이들 마음에도 쌓이면서 단단해져거는 것이겠죠! 귀한 글 고맙습니다! ^^


  • 2018-03-04 22:40

    걸레가 담긴 봉지를 건네 받으며, 걸레가 수건이 되어가는 과정을 상상했어요. 까슬하고 보송한 걸레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 2018-03-02 16:02

    아이들은 설거지지만... 윤복쌤은 어떻게 식사 준비를 하는지... 미안하고 걱정스럽고 하네요. 방법은 없고.. 에휴.
    땅 빨리 녹아라~~~


    • 2018-03-02 20:50

      그러네요... 영앙선생님은 장갑도 못끼시고 얼음같은 물에 맨손으로 음식을 하시네요..
      에고 미안하고 고마우셔라..